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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  娑  )

 

19

 

 

무기

 

자신의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면도칼 여러개.

 

 (  자신을 지키는 도구인지 아니면 상대를 위해 제 살을 내어주기 위한 용도의 도구인건지. 이미 무기는 목적을 잃었다. )

외관

 

" 시 들   전 에  저   꺾 어 주 세 요 . "

 

 

사(娑) 라는 보잘 것 없는 식물에 동맥이라는 줄기를 끊어 원하는대로 취하세요. 당신의 손가락에 물기있는 혈흔을 묻히고 저는 당신의 손바닥을 핥아 붉은 흔적일랑 남겨드리지 않을거니까. 미워서가 아니라, 당신을 사랑해서 그래요. 나긋이 말하는 말들은 어디서 시작되는걸까. 뭉근하게 핥는 혀는 길기보단 짧았고 두꺼웠다. 무엇이든 느릿이, 항상 풀려있는 눈가는 마르기보단 매일 젖어있는 상태로 상대를 주시하기보다는 다른 곳을 주시하는 것에 가까워보였다. 초점 없는 동공, 유난히 많은 하얀 자위. 유달리 물이 많은 눈가는 잿빛이었다. 언제나 완연히 눈을 떠 바라보기보단 조금은 힘없는 눈빛이었다. 그런 눈빛으로 공허함을 바라보며 짓는 표정은 무언의 미소였다. 크게 웃진 않아도 잘 웃어주었고 적게 울진 못하지만 크게 울 줄 알았다. 소리내어 짖궂게 우는 것이 아닌 긴 눈끝에 눈물을 걸쳐두어 소리 없는 울음을 표현했다. 하얀 물들이 잿빛에 가까운 눈가를 젖게 했는데 왜 물드는 것은 하얗거나 검은 것이 아닌 붉은 것인지. 적어도 당돌한 소년은 언제나 서 있었다. 

 

사. 뱀 사(蛇)가 아닌 춤을 출 사(娑). 나는 언제나 당신을 위해 춤을 출 준비가 되어있어요. 나를 해하거나, 나를 이롭게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당신이에요. 그러니까 날 망가뜨리는 건 내가 아니야. 당신이어야지. 네 손목을 잡아 선연히 뼈의 모양이 드러나는 자신의 목에 가져다대는 놈이었다. 유난히 손이 커 곧은 골격들이 저릿이 보일 만큼의 피붓살이 선명했다. 유난히 도드라지게 보이는 힘줄과 뼈가 그려진 음영은 꽤나 짙었다. 하나하나 그려진 선의 스케치가 두드러지고 튀어나온 압각이 있었다. 낮지 않은 체격 두껍지도 그렇다고 얇지 않은 덩치. 하지만 통뼈라는게 드러나는 딱딱한 그림자가 유독 눈에 띄었다.

 

 

성격

의미 없는 사랑꾼. 생각 없는 감정. 자신이 살을 내어주면 자기 자신이 그 사람에게 사랑을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한 몸이 되자. 그런 마음으로 너의 허기짐을 자신으로 달래라며 살을 내어준다. 섹스와는 다른 그 행위가 두 사람을 하나로 교합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 내가 사는 피부는 바로 네 몸이야. 나는 죽어도 너의 몸 안에 영원히 살 수 있어. 그러니 난 죽더라도 넌 죽으면 안돼. 사랑해, 사랑해요. 적절히 섞이는 반존대는 한 템포 느린 말들이 넋 없이 허공에 있다 사라졌다. 누군가를 잘 아끼고, 누군가를 위해주고 누군가에게 금세 사랑에 빠져 자주 해내는 행동은 남의 손을 두 손으로 잡고 자신의 얼굴에 부비며 좋아했다. 민감한 후각 덕분에 유난히 남의 손에 느껴지는 손냄새를 자주 분간할 줄 알았다. 타고난 살냄새, 목에 나는 체취보다 다른 곳보다 더러운 손을 유난히 좋아했다. 가끔은 상대가 왜이러냐며 모질게 굴면 금세 서운해하곤 했다. 젖은 눈으로 슬픈 시선을 내보이고 다시 상대를 잡고 안는다. 왜 그러냐고 물으면 그냥. 생각 없는 감정. 그게 바로 의미 없는 사랑꾼.

 

화를 잘 내는 법이 없었다. 무엇이든 나긋이, 어딘가에 모나지 않게. 화를 내면 그저 바보같이 실없는 웃음만 지어냈다. 상대가 화를 내면 그냥 기억은 하되 찡그리지 않고 묵묵부답을 내보였다. 그래서 되려 상대는 답답하게 느끼는 것도 퍼다했다. 하지만 적어도 사람이 말하는 것에 대해 이해력은 빨랐고, 무엇보다 자신만의 주장이라는게 있었다. 자유란 것을 좋아하고 너무나도 자신을 옭아매면 언제 너에게 사랑했냔 말을 한 마냥 두어걸음을 물러 선 채 너를 바라보았다. 친절한데 뭔가 애매모호한 사람. 오히려 모질게 굴면 끝까지 따라가는 끈질긴 사람이다. 

 

 

특이사항

 

네   손  

간헐적으로 불안하거나, 고민을 할 때 하는 행동. 네번째 손가락이 유독 붉고 흉이 많다. 

 

 兇

몸에 유난히 상처가 많다. 찔린 상처보단 베인 자국.

 

 물 

유난히 많은 눈물. 젖은 동공. 원래 날 때부터 그런 것 같다.

 

1 8 3 cm

 

 감   각

 

잿  

 

몸 에 자 리 잡 은 

체취. 몸에 나는 물냄새. 바다냄새. 그리고 비냄새. 

 

반  대 

 

여자를 좋아한다. 다른 의미로. 

 

사 (4)

기억이 없다. 고작 기억하는 것이라곤 자신의 나이. 그것도 불분명하지만, 자신은 분명 스물이라고 답을 한다.

그러던 소년에게 오늘의 고기로 네번째 당선되어 지어진 이름. 4. 사. 娑

 

간헐적 육식. 

육식에 대한 허기를 참지 못하면 결국 자기 자신을 씹어먹는다. 통증에 아파하며 꾸역꾸역.

 

 

선관

 

후 원 규

내 이름을 지어준 사람. 허기 지면 날 물어뜯어요. 뼈 하나 남김없이.

 

지 회 인

외로운 회인이는 내 사랑을 몰라줘. 난 언제나 사랑하고 있는데.

 

당신 손에서 맛있는 향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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