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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이 드

 

20

 

 

무기

 

 

 

 

 

 

헌팅 폴딩 나이프

외관


청년은 아름다웠다. 그 외에 단순한 형용사로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176cm의 키. 좀 말랐나 싶은 체구. 자잘한 잔근육들과 군데군데 희미하게 남은 흉터들이 청년을 퍽 사내답게 했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갸름하니 새하얀 얼굴하며 목젖이 그리 눈에 띄지는 않는 매끈한 목선, 근처에서 풍겨지는 나른한 분위기가 꼭 한참 피어나는 나이의 아가씨같았다. 가끔 보이는 사내다운 모습에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던 사람들도 적응하지 못할 정도로.

 

관리를 한듯 안한듯 자연스럽게 어깨까지 흘러내리는 연한 갈색의 머리카락을 뒤로 가볍게 묶고는 날카로운 고양이의 그것과 같은 갈색의 눈으로 빙긋 눈웃음 지었다. 누군가를 바라볼 때에 고개가 움직이는 법이 없어. 눈만을 도르르 움직여 올려보거나 옆을 흘끔 보는 그 모습은 언뜻 위협적으로 보였지만 희미하게 올라간 입꼬리에 적대감은 전혀 담기지 않았더라. 한없이 나른한 빛을 띄는 눈동자엔 다른 감정이 실리지 않았다. 웃고 있을 때마저도. 붉은 입술 위에 드문드문 떠오르는 미소는 한쪽 입꼬리만을 비스듬히 올린, 하지만 그 분위기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손가락이 가느다랗고 고왔다. 마치 여인의 손처럼. 하지만 뒤집으면 어떻더라. 나이프를 마치 제 몸처럼 다루는 것은 허튼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굳은살이 잔뜩 박힌 노력의 손이었다.

 

늘 입고 있는 옷들은 그 가녀린 것만 같은 체구를 조금 더 돋보이게 할지도 모르는 품이 큰 것들 뿐. 조금 루즈한 셔츠나 니트 등을 입는다. 더위를 잘 타지 않는 편으로, 한 여름에도 긴 옷을 입는 것에 부담이 없는 듯 하다. 주변에서 보는 사람이 더 더워보일지도.

 

 

성격


홀로 시선을 내리깔고 입을 다물고 있는 청년은 마치 고고한 학과 같았다. 혹은 따분함을 이기지 못한 햇살 아래의 고양이. 하지만 잠시 뿐이더라. 주변의 인기척에 고개를 들어 그 상대를 확인하면, 눈가가 반쯤 접히며 희미한 미소를 보이곤 하였다. "어서와." 나른한 목소리가 그리 중얼거리며 당신을 반겼다.

 

약간의 퇴폐미. 그것이 그저 보이는 나른함인지, 누군가를 제 가까이 끌어당기기 위함인지는 스스로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기본적으로 누구에게나 친절했다. 반존대를 사용하는 말투는 부드럽기 그지없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뜻 알게 모르게 풍겨지는 위압감이란. 언뜻 모든 것의 위에 군림하는 왕처럼 행동할 때가 있었지만 그것은 아주 잠시일뿐. 다시 나른한 움직임으로 돌아갈 뿐이었다.

 

왕. 그래, 왕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왕이라고 하더라도 손색이 없었다. 식인귀가 되었을 때마저도 그저 가벼운 다과를 즐기는 선비처럼 단정하니 우아한 모습을 보였다. 나이프를 손에 쥔 채 빙글빙글 돌리며, 청년은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아파하지마. 오늘은 네 차례일 뿐이야. 스스로가 오늘의 고기가 되었을 때에도 그것은 변함없었다. 거리낌 없이 스스로 자신의 살점을 군데군데 베어내어 요리사에게 건네었다. 어서 최상의 요리를 대접해 달라고, 그 나른한 눈은 그리 말하고 있었다.

 

무엇을 하든 망설임이 없었고, 무엇을 하든 당황하는 일이 없었다. 그저 흘러가는대로, 잔잔한 강물과 같더라.

 

누구의 말이든 잘 따르는 듯 순순하였고, 대장이나 그 측근의 말에도 전혀 거부감을 가지지 않았다. 그래, 네가 그렇다면. 청년이 자주 쓰는 말 중에 하나더라. 하지만 그것은 어째서일까, 어린 아이의 투정을 받아주는 어른처럼 보일 뿐이었다. 진심으로 충성을 바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동떨어진.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지는, 그런.

 

 

특이사항

 

양손잡이.
통각에 조금 무감각하였다. 제 배를 스스로 갈라내기도 하였는걸. 죽지만 않는다면야, 무슨 상관이람. 맛있게 먹으렴, 얘들아. 그리 웃으며.
늘 희미한 웃음을 띄고 있었다. 하지만 단지 그 뿐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고기 부위는 가슴살. 약간 근육이 섞인 퍽퍽한 살을 좋아하는 듯 하였다.

 

사람의 온기 속에서 마음을 놓곤 하였다. 손길을 느긋이 즐기는 고양이처럼. 누군가에게 안기거나 누군가에게 손을 뻗는 것에 스스럼없었다.

 

욕은 쓰지 않았다. 아마.

 

조금. 조금 일반적인 상식과 동떨어진 태도를 가끔 취하고는 하였다. 그 때마다 그를 제재하면 돌아오는 것은 퍽 순진무구한 눈빛. 왜? 하고 물어오는 나른한 목소리. 단지 그 뿐. 무언가에 죄책감을 느끼거나, 무언가에 슬퍼하고 화내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었다. 아니, 본 적은 있었나?

 

부모 없는 고아. 이미 고아라 칭하기엔 성인이 되었지만. 몰라, 언제더라? 식객에 들어오기 전부터 없었나. 어디있냐고? 흐.. 어디같아?

선관

 

후 원 규

"운도 지지리 없는 병신 새끼.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지 회 인

"아아, 가여워라. 구경은 재밌지만."

 

"후흐, 말도 참 잘 듣지. 우리 예쁜 아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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